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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기 화가 '시원의 기억' (3.22~3.27)

  • theforestofart
  • 2024년 3월 14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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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3년 3월 22일(금) - 27일(수)

장소/ 춘천미술관 (강원 춘천시 서부대성로 71)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오프닝/ 3월 22일 오후 5시 ----------------------------------------------------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까지...

- 백중기의 첫 춘천 전시에 부쳐 -

                                                       

최삼경(작가)



    어느새 입춘, 우수를 지난다. 이름에 운명이라도 있는 것인지, 며칠째 종일 진눈깨비 닮은 겨울비가 추적인다. 시간은 모든 것을 낡게 하지만 새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백년 인생의 시대가 왔다고 들뜨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로 중과부적인 느낌, 그저 산 위에 창밖에 들판에 늠름히 서 있는 나무가 장해 보인다. 바다에 비추는 별이 빛나고, 낡은 지붕 위에 감이 빨갛게 익어간다. 그 옆에 사람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며 한 구비 한 구비 백두대간의 실경 산수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백중기 화가의 나무는 그대로 뼈대로만 남아 꿋꿋하게 있다. 줄기를 덮는 껍질도, 가지를 덮는 이파리도, 물론 꽃단장도 없다. 체로금풍, 그대로 핵심으로 서서 봉우리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휘영청 달밤에도, 꽃이 뚝뚝 떨어지는 봄날에도, 나무는 산은 하늘은 그 자리에서 나무답게 산답게 하늘답게 있을 뿐이다. 서늘하다. 서늘하다고 보는 마음 한켠에 어느새 불이 켜진다. 따뜻하다. 어떻게 서늘하면서 따뜻할까? 하고 오랫동안 그림을 들여다본다. 꽃이면서 하늘이고, 구름이면서 나무이다. 서로 바라보고 서로 말을 걸고 서로 응원한다.


  춘천에서 미술을 시작한 백중기 화백에게 춘천은 연어의 회귀처럼 언젠가 가야 할 그리움의 깊은 해구(海溝)였다. 바다처럼 속이 보이지 않는 마음들, 그렇지만 어쩐지 그 깊은 도랑을 조금 비껴가고 싶었다. 그림으로 이룬 성취가 부족해서일까? 한눈팔 듯 모른 척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몇십 년이 지나버렸다. 본래 시간은 흘러가는 속성이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이제 그동안 얽힌 화업(畫業)의 매듭 같은 것을 정리해 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나마 팔뚝에 힘이 있을 때 그림의 ‘처음 마음’을 되살리고 향후 방향을 가늠해 보자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른다. 전업 작가 작업실의 하얀 캔버스가 주는 막막함과 압박을 모른다. 때로는 끼니보다 반가운 술잔을 응시하는 그 삼엄한 고립과 정체감 또한 모른다. 그것은 오직 자신과 붓이 세우는 세계이기에 사람들의 관심도 잊고 찬사도 치운다. 소리 없는 전쟁, 그 작업을 매일 하는 부족들이 화가라는 직업이다. 그까짓 것, 늘 새로운 시작, 그는 오늘도 나이프를 들고 신명을 내며 100호 캔버스의 광활을 무너뜨린다. 세계의 구석에서 자신의 그림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산을 넘고 바다를 보고 하늘을 이룬다. 하여 스스로 붓이 된다. 백중기 화백은 이렇게 매일매일 내일을 꿈꾼다. 안주하는 순간 죽음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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